2014년 8월 18일 월요일

2014-20: 교육에 관한 생각들 (도올의 교육입국론을 읽고)

들어가는 글: 교보문고에 다른 책을 사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하였다. 지난 6월에 도올 선생이 한겨래 신문에 발표한 칼럼을 모은 것이라고 한다. 굳이 '진보교육감 당선'에 관한 시사적인 배경이 아니더라도 '교육'에 관하여 다시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얇은 책으로 한번에 끝까지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교학상장(敎學相長)!


1. 도올의 교육입국론 



그의 핵심 논의는 아래와 같다.

1) 시민의 제1덕성은 자유가 아니라 협력이다. (61p)
2) 교육의 주체는 교사이지 학생이 아니다. (82p)
3) 모든 성공적인 대안학교, 혁신학교는 자율적 규율성을 강조한다(80p)


2. 조금만 풀어보자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자유도 중요하고 협력도 중요한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을 보면 개개인이 성적을 중요시하고 점점더 개인주의적이로 엘리트주의적인 성향이 짙어지기 때문에, 이는 사회전반적으로 함께사는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번째 교육의 주체는 교사이다 라는 부분은 매우 맘에 든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모든 생각의 주체가 소비자가 되어버리고 있는데 학교는 시장(market)하고는 분명 다르게 취급되어야 한다.

"교사는 개인의 소신을 전하는 사람이지 국가의 이념을 선포하는 도구가 아니었다(101p)"

"대인을 만나본 적이 없는 자가 대인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89p)"

마지막으로 자율적 규율성 부분은 과도한 '창의인재'의 강조에 따라서 방임적인 교육형태를 비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은 인간형성(human building)이다. 빌딩에는 설계도가 있기 마련인데 그것은 그 역사사회가 구현하고자 하는 이념의 체계를 반영하는 것이다(56p)"

"시민, 교양, 문명, 협력, 무아가 결국 동일한 가치관의 내재적 맥락을 갖는 것이다(77p)"

철학적으로 조금 어렵지만 대강의 내용은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자사고는 꼭 없어졌으면 했는데, 아래와 같이 언급해주셨다.

"특목고, 자사고점차 폐지되는 방향에서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62p)"


3. 나의 은사님들


난 운이 좋게도 지금까지 계속 배우고 학교도 오랫동안 다니고 나름대로 인생과 사회 전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그의 바탕에는 초등학교때부터 은사님으로 모실 만한 좋은 선생님을 만나뵐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기회를 빌어 고마운 마음을 담아 몇자 적어본다.


1) 오근배 선생님 (초등학교 5학년 ~ 6학년 담임)

나를 컴퓨터의 세계로 이끌어 주신 분. 2년간 보살핌을 많이 받았고 살면서 처음으로 (부모님을 제외하고) 누군가에게 인정받음을 느낄 수 있었다. 2000년에 찾아뵌 것이 마지막인데 더 늦기전에 또 함 찾아뵈어야 겠다.

2) 송관호 선생님 (고등학교 2학년 담임)

독일어 선생님이셨는데 고2때도 그렇지만 고3때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을 때도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아주셨다. 대학진학 후에 몇번 찾아뵈었는데 몇 해전에 정년퇴임을 하셨다고 한다. 2007년에 동네 일자산에서 등산중에 뵌 것이 마지막이다. 고3때 대학선택을 할 때 많은 조언을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다. 아니었다면 재수학원으로 바로 직행했을 것이다.

3) 장원상 선생님 (고등학교 2~3학년 수학 학원)

학원 선생님이지만 매우 기억에 남고 ,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도 (다들 나보다 공부를 잘했는데..) 어찌 지내는지 궁금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수업시간에 수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인생얘기를 많이 해주셨다는 것이다. 그랬음에도 내가 속한 반의 성적은 top class였다. 아이러니하지만 나머지 급우들의 엄청높은 성적으로 인해서.. 공부는 스스로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고3때는 수학을 집중하기 위해서 따로 선생님께 수업외에 과외도 받고 했다.. 수능때까지는 수학좀 했는데 말이다 T_T 지금은..

4) 이준기 교수님 (대학원 지도교수님)

입학 한학기만에 취업한다고 뛰쳐 나갔던(?) 제자를 품어주시고 많은 가르침을 주시고 무사히 졸업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교수님. 아쉽게도 교수님 수업은 한 과목밖에 들을 수 없었지만 졸업논문을 쓰는 두달간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gmail의 짧은 답변.. "이제 논문처럼 생각을 하는군"을 받고 진짜로 와우! 했었다. 무언가 지적 jump를 하는 느낌이었다.


4. 교육에 관하여 


개인적으로 난 좋은 교육을 받아왔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중학교때까지 완전 어리버리하다가, 고1때도 문화적 충격좀 받아주시고, 고2때까지는 농구만 열나게 하다가, 고3때 미친듯이 공부도 해보고.. 대학에 가서 2년간 팽팽놀다가 병역특례도 하고 복학해서 경영학에 푹 빠져보고, 대학원도 가고 취업도 하고 인턴도 하고 어학연수도 가고 교환학생도 하고 등등 좀 돌긴 돌았지만.. 자유롭게 배움을 추구할 수 있었다. 그래도 돈은 꾸준히 벌었다 ㅋ

도올 선생은 <협력>의 반대말로 <자유>를 개념화하였지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배움에 대해 자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적어도 그러한 개인의 선택에 대해 사회제도가 좋은 초석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좋은 INPUT이 있어야 좋은 OUTPUT이 나올 것 아닌가?

배움은 그리고 교육은 학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직장인인 나도 앞으로 독서가 되었건 세미나가 되었건 스터디가 되었건 외부강좌가 되었건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교육의 목표는 인(仁)을 달성하는 것이다(104p)"

어진 사람이 되어보자!

2014.8.19 @Home 새벅2시13분 잠들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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