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올해 6월부터 읽기 시작한 김승호 선생의 '주역원론(전 6권)'을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동양학의 초보자인 저는.. 읽는 내내 무슨 소리인가.. 했지만 결국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네요. 매우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0. 주역이란?
주역은 고대의 책입니다. 기원전에 나온 책으로 <역경>이라고도 하고 영어로는 Book of Changes라고 번역되기도 합니다.
저명한 중국학자인 리하르트 빌헬름(Richard Wilhelm)은 그가 번역한 <주역>의 서두를 이렇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변역의 서>, 즉 중국의 <역경>은 의심할 바 없이 이 세상의 모든 문헌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책 중 하나다. 이 책의 기원은 고대의 신화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중국 내에서는 오늘날까지 가장 탁월한 학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아 왔다. 3000년을 헤아리는 중국 문화를 통틀어 가장 위대하고 의미심장한 책이라면 거의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이 책에서 그 영감을 취했거나, 아니면 거꾸로 이 책의 해석에 영향을 끼쳤다" [1]
먼가 대단한 책인거는 분명하다.
1. 내가 알아낸 주역이란?
이렇게 대단한 책이지만 정작 원전은 재대로 보지 못했다. 30년간 주역을 연구해온 김승호 선생의 '주역원론'으로 그 내용을 짐작해볼 뿐이다.
주역이란?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변화는 음(-)과 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잘 생각해보자. 음과 양은 단순히 +/-의 기호가 아니다.
어떤 개념을 이해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의 반대가 무엇일까? 라고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어떤 미인이 있다. 미인을 보면 '아름답다'라고 느낀다. 그런데 도대채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여 일반인이 가장 쉽게 알수 있는 것이 '못생겼다'라는 것을 기초로 아름다움을 유추해내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정말로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라고 할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못생기지 않았지만 내맘에 무언가 한두가지 마음에 드는 것'을 아름답다라고 정의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나의 개념은 그것의 반대되는 개념에 대해서 생각해볼 때 더 풍부해진다.
고대의 현인은 자연의 본질은 변화다라는 기본 가정하에서 그 변화는 음과 양으로 기술할 수 있다라고 한단계 풀어낸 것이다.
음과 양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것 같은데,
몇달간 곱씹어본 결과 정말 강력한 framework가 아닐 수 없다.
내가 6개월간 주역원론을 읽으며 알아낸 것은 여기까지다. T_T
2. 주역원론의 내용 맛보기
1권: 시간과 공간
- "왜 주역을 공부하는가? 주역은 인생의 절대가치를 얻기위해 공부하는 것이다. 사회적 승리수단이 아니다(272p)"
- "짝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짝이라는 것, 이것은 바로 음양이지만, 우주는 음양으로 가득차있는 것이다(373p)"
- "우주란 무엇인가? 바로 음양이다. 음의 성질인 공간이 있고 양의 성질을 띤 시간이 있어, 변화하고 유지되면서 발전으로 영구히 나아간다"
2권: 질서와 혼돈
- "양기라는 것은 높은 곳에 있으면 힘을 발휘할 수 없고 낮은 곳에 있으면 위로 올라가는 동안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119p)"
- "자연의 현상중에 사물과 사물이 만나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 변화란 일정한 틀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다(259p)"
- "주역은 사물을 보는 방법을 체계화한 학문이다(143p)"
일단 여기까지 하자. 음과 양에 대해서 우리는 익숙해져야 한다.
내가 처해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서 음양의 눈으로 바라보면 흥미로운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의 내 상황은 양(+)의 상황인가? 음(-)의 상황인가? 지금이 양이라면.. 앞으로 언제 음으로 변하게 될까? 양은 확산 및 탐색을 의미하고 음은 집중 및 은거를 의미한다. 양은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한다고 하면 음은 무언가를 마무리하거나 정리하거나 이별하는 것이다. 등등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3. 도대체 변화란 무엇인가?
우리는 가만히 있는다. 가만히 있으면 배고프다. 배고프면 밥먹는다. 밥먹으면 배부르다. 배부르면 졸리다. 졸리면 눕고 싶다 등등..
우리는 가만히 있을수가 없는 것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밤에 잠들기 까지 우리 몸의 모든 것은 바뀐다.
세포도 바뀌고 만나는 사람도 바뀌고 내 생각도 바뀐다.
하지만 우리는 변화를 싫어한다. 두렵기 때문이다.
변화한다는 것은 현재를 파악하는 일이다. 시간이 흐르면 나의 생각이 변한다.
궁리하여 내 주변에 더 좋은 사람들, 더 좋은 기회, 더 좋은 책, 더 좋은 생각과 능력을 기르는 것이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이것을 성장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태어나서 젊어지고 이후에는 늙어간다.
변화라는 것은 시간에 따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도대체 주역원론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변화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지금은 회사에서 인정받고 좋은 업무를 맡아서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
즉, 시키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짬이 차면 일을 창출해야 하는 시기가 돌아온다.
회사에서의 나의 역할도 변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변화할까?
현재를 바라볼 수 있으면 그것에 대해서 생각을 거듭하여 변화의 방향을 알 수 있게 된다.
주역은 현재를 기호화하고 , 그 변화의 방향을 기호화하는 학문이다.
4. 언어 그리고 기호
인류의 최대 발명품중에 하나는 언어이다. 언어를 통해 대화를 할 수 있고 생각을 전달하고 교육하고 축적할 수 있었다.
일상언어는 기호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기호가 고도화된 형태가 숫자이다.
숫자가 발달하면서 인간의 지능은 한단계 더 고도화되었다.
주역은 현재 / 미래 / 과거의 상황변화를 기호화하는 학문이다.(유동환)
8괘라는 것을 통해 , 그리고 그것의 조합인 64괘(대성괘)를 통해 현재 / 미래 / 과거에 대한 기호화하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 내공이 좀더 쌓이면 8괘와 대성괘에 대해서 좀더 쉽게 풀어보고 싶다.
아직 나에게 주역의 길은 너무 멀고 어렵다.
하지만 언젠가는? ㅋ
2013.11.21 오후8시 @Home
Reference:
[1]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by 프리초프 카프라, 146~147p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