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9일 토요일

2013-19: 내 삶의 고비들

들어가는 글: 비교적 순탄한 삶을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돌아보면 아찔했던 선택의 순간들, 즉 고비들이 있었다. 최근 얘기는 아니고.. 좀 지난 얘기라 그렇긴 하지만.. 그래서 편하게 공개할까 한다.

0. 존재감이 없는 1人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난 그닥 주목받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조용하고 한 두명의 친한 친구에 보통키, 보통체격, 한때는 몇년간 한뚱뚱하셨었고..

무언가 내 삶의 고비는 고등학교때 처음 발발하였던 것 같다.


1. 어이없는 반장 당선 

내 삶의 처음 고비는 고등학교 1학년때였다. 석차가 19등인가..그랬던거 같은데 느닷없이 반장으로 선출이 되어버렸다. 그 일등공신은 내 결혼식의 사회를 봐준 최oo군이다.

뭐지? @.@

리더의 권위라는게 이렇구나..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1년이었다. 당시 부반장인 권oo군이 나를 꽤나 업신여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공부도 나보다는 10등은 잘했던거 같다. 우리반은 좌충우돌이었고 , 환경미화 , 합창대회 이런것도 줄곧 꼴지를 했던거 같다.

힘들었지만 울 엄니의 성공적인 디펜스로 2학기 기말고사는 권oo군보다 석차가 높아서 쾌재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고비를 그닥 잘 넘긴거 같지는 않다. 그 이후 리더는 내 삶에서 거리가 멀 것으로 강하게 기대되었었다.


2. 대책없는 동아리 회장 


4년쯤 후 대학교 2학년때.. 나는 두둥 발명동아리 회장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 이유는 아쉽게도 내 동기들이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동기래봤자 total 3명이었는데 1명은 다른 동아리가 주력이었고 남은 한명은 휴학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내가 원해서 리더를 하였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당시 우리 동아리는 신입부원도 거의 없었고 난 동기도 없었고 군대를 재대한 복학생들이 주축인 동아리였다.
(현재는 학교에서 우수동아리 표창을 받을 정도로 매우 활발한 곳이다!! 에헴)

일년내내 좌충우돌이었다. 난 선배들의 전화가 올때마다 꽤나 두려웠고 행사를 위해서 졸업한 선배들에게 전화할때도 자신감이 없었던 모습이 기억난다.

일년.. 달력은 넘어갔고..
다행히 1학년 후배가 전국발명전 동상에 입상하며..(현재 그 후배는 삼성전자에서 근무함)
내 면을 살려줬다.

아쉽게도 그닥 효과적으로 넘어간 것 같지는 않다.

내 학점도 가볍게 2.08을 찍어주며.. 그때의 상처를 기억나게 해주는 듯 하다.


3. 대학원에 진학하기 


학교를 졸업하고 원래 취업을 하려고 했으나.. (병특도 3년했고, 삼성전자에서 인턴도 6개월이나 했다)

내가 원하는 회사에서 번번히 낙방하였다.
SSAT도 떨어지고...

난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였다. 부모님의 큰 저항이 있었지만 당시 난 기숙사에 있었으므로 좀더 고집을 세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백번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들어가서도 초반에는 힘든 시기가 있었다.


4. 연구실을 옮긴 남자 


3월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연구실을 옮겼으니 머..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이지만,

원래 현재 연구실에 입문하기전 다른 연구실에 먼저 문을 두드렸었다.

아쉽게도 3주후 '내가 있을 곳은 아니구나'라고 결심을 하고

현재의 지도교수님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듣기로 대학원에서 연구실을 바꾸는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들었다.

이번엔 (1), (2)번과 다르게 매우 주체적으로 결단을 내렸고 그 결정을 지금은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


5. 처음 이직 


현재 LG전자에 석사신입으로 입사하였지만 난 대학 졸업후 다니던 회사가 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 좋은 기회를 얻었고 ,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의미있는 기간이었다.

  • 해외 컨퍼런스 2회 (라스베가스 , 방콕) 
  • 1주일간 일본 출장 @Tokyo
  • 대용량 데이터베이스, 데이터 아키텍쳐 완독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 
  • TOEIC 915점(영어공부도 그땐 꽤 열심히 했었다)


이직이라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무언가 '옮겨야 할 때'라는 판단이 서면..

과감하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결론. 고비를 넘으면 기회가 온다. 


이제 겨우 30대 초반이지만 그 당시엔 나름 나에게 버거운 '선택의 순간'들이 있었다. 처음 (1), (2)번엔 어리버리 하였고 (3)번엔 고집도 피워봤고 (4)번엔 주체적으로 판단을 할 수 있고 (5)번엔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

혼자 생각하지 않았고 가족, 믿을수있는 몇명의 친구들과 끊임없이 상담하였다. 특히 부모님과의 상담은 절대적이었다.

앞으로 난 더 어려운 상황들에 많이 직면하게 될 것이다.

기대 수명 80세까지는 아직 50년이 더 남았으니 말이다.

매사에 감사하며 고비를 넘으면 미지의 기회가 온다는 정신으로 잘 살아봐야 겠다.

현재 나는 매우 긍정적이며,
자신감에 차 있다.

Ps. 마침 생각이 드는 것은 학부 4년 동안 모든 과목을 내가 직접 선택했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상의는 했지만 친구들과 같이 듣기 위해서 타협한적은 거의 없었다. 당시 다른 대학에 다닌 동기들은 '반'으로 해서 고등학교처럼 수십명이 같은 수업을 몰려다니면서 듣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시간표를 스스로 짠다는 것은 꽤나 유용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다들 그렇게 하려나?

2010.10.19 심심풀이 추억에 젖어..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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