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30일 목요일

2014-03: 용꼬리 vs 뱀머리(큰 물고기-작은 연못 효과)

들어가는 글: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 <다윗과 골리앗>을 읽었습니다. 사실 유명작가인 글래드웰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인데..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것을 재확인하게 되네요. 후반부는 좀 별로지만.. 전반부는 제 흥미를 매우 자극해주는 주제들이 많았습니다.


0. 용꼬리 vs 뱀머리? 



옛말에 '뱀의 머리가 될 지언정 용의 꼬리가 되는 마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지요.

한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수능 시험때 '서울대 경영학과의 꼴지로 입학하는 것과 서울 중위권 대학에 4년장학금으로 입학하는 것'중에 어느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만약 후자를 택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친구의 가정사정이 어려워서 어쩔수 없이 후자를 택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저라고해도 당연히 최고의 명문인 서울대를 택하겠지요.

심리학자 허버트 마시(Herbert Marsh)는 이를 '큰 물고기-작은 물고기' 이론으로 체계화하였습니다. 옥스포드 대학교 교육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그는 그 주제만을 가지고 수많은 논문을 발표하였다고 합니다.

** The Big-Fish-Little-Pond-Effect Stands Up to Critical Scrutiny: Implications for Theory, Methodology, and Future Research(H. Marsh외, Educational Psychology Review 20, 2008): 319-50 참고하세요 


1. 어느것을 택할 것인가? 


용꼬리 / 뱀머리 상황은 인생에서 많이 발생할텐데요 사실 그 선택은 항상 양극단에만 있지는 않지요. 그 중간의 선택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구요. 하지만 두가지 중에 한가지만 선택해야 한다면? 이라는 상상은 인생에서 꽤나 중요한 의미를 제공할 것 같습니다.

책에 있는 내용을 좀더 볼까요?

"큰 연못이 최상위권을 제외하고는 모두의 기를 꺽는다는 사실을 알았다(114p)"

"하버드 대학은 재능있는 운동선수들을 상당수 받아들이는 관행을 만들기 시작했다. 교실에서는 누군가 총알받이가 되어야 한다면, 미식축구 경기장에서 다른 충족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아마도 가장 좋을 것이라는 이론적 논리에 따른 것이다(114p)"

"소수 우대 정책; 소수 인종 학생이 더 좋은 학교에 가면 법률가가 되기 더 어려워진다(116p")

예전에 들은 얘기로 어떤 학생이 게임관련 특기자로 서울시내 모 대학의 컴퓨터공학과에 특기자로 입학을 했는데 4년내내 재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사례를 들은 적이 있다.

위의 내용을 받아들인다면 항상 큰연못(서울대)를 선택하는 것이 옳지는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선택에 대한 댓가.. 즉 기회비용(opportunity cost)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2. 어떤 비용이 있는가?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은 작은 연못이다(117p)"

"엘리트 성향이 적고 덜 영예로운 외부에 있는 것이 자신의 아이디어와 학구적인 관심을 추구할 수 있는 더 많은 자유를 누리게 해준다(144p)"


만약 큰 연못을 택했을 때 본인이 주눅이 든다던가, 아니면 엘리트 성향에 밀려서, 즉 주류(in-group)에 편입하지 못하게 된다면 오히려 큰 연못은 장기적으로 잘못된 선택이 될수도 있다.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유의 범위는 얼마나 될 것인가?

바로 그 관점에서 큰 연못/작은 연못 혹은 용꼬리/뱀머리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3. 내 경우는 어땟나? 


좀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는 대학교 입학때 '추가 652번'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입학한 학교는 대우학번이라는 별명으로 입학점수가 꽤 높았었죠.

하지만 저는 제 모교에서 배운점이 정말 많습니다.

1) 100% 내맘대로 수강 과목 선택 

동네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신기했던 것은 연대에 입학한 제 친구는 1~2학년때까지 수강하는 과목이 반친구들과 맞춰서 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아주대에서 만난 친구들은 모두 자기 맘대로 수강 과목을 선택하였습니다. 절친인 최모군은 컴공과 2학년때 수학과 3학년 과목을 수강했다가 GG하고 저도 3학년부터는 경영학과 과목과 컴공과목을 양념반 후라이드반으로 섞어서 들었죠. 아무런 거리낌없이 말이에요.

솔직히 지도교수님의 지적을 피하고자 한두학기는 사전 지도도 안받고 제가 선택을 했었죠. 지금은 아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2) 타과에 대한 배척이 없었음 

3학년때부터 복학하여 경영학과 부전공으로 다수의 과목을 들었는데 텃세를 받지 않아서 좋았고 그때 만난 경영학과 친구들이 지금도 많이 생각납니다.

3) 대우학번이 사라진 후

저는 병역특례를 하느라 2학년 마치고 3학년 복학을 하기까지 4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쉽게도 대학순위 및 입학성적이 낮아지고 해서.. 돌아와보니 학내 경쟁수준은 조금 낮아진 후였습니다. 상대적으로 몇년만에 공부를 다시하는 저에게는 기회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1~2학년때 망친 학점을 되찾느라 고군분투하였는데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4. 선택 그리고 자신감 


제가 좋아하는 개념중에 자기 효능감(Self-Efficacy)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본인이 잘될꺼야~ 라고 굳게 믿는다면 그것이 선순환을 일으켜 진짜로 잘된다는 이론이죠. 인생의 중요한 선택인 (대)학교 , 직장에서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설때 그 선택이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는 때로는 자기 효능감 자체를 굳게 믿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현재 선택한 어떤 분야에서 주류(Main Stream)에 있다는 느낌이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아무리 큰연못(서울대)에 있어도 어떤 일로 주눅이 든다든가, 여기서 잘해나갈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면..

때로는 그것을 억지로 해쳐나가드라고 고생하며 기가 죽어가기 보다는
전략적으로 좀더 작은 연못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주류를 구축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작은연못이동 전략에 대해 좀더 자세히 풀어볼께요 

평소에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내용인데 <다윗과 골리앗>의 책을 읽고나서 더 단단하게 확신하게 되었네요.

솔직히 참 어렵지요.. 하지만 인생에서는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으니까요.

큰연못/작은연못.. 혹은 용꼬리/뱀머리에 대한 의사결정은
언제든 닥쳐올 수 있으니 평소에 틈틈히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1월도 다 끝나네요!!
힘찬 2월 시작하세요

감사합니다.

2013.1.31 오후4시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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